시골로 이사온지 어느덧 5개월이 다 되어간다.
도시에서는 외국인 친구도 많았고, 직업상 영어가 늘 일상이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미프(meeff) 앱을 알게 되었다.
접속하자마자 두시간만에 'like' 가 엄청 들어오고 있는 중에 , Western Hendrick 이라는 미국 남자가 연락이 왔다.
대화를 나눠보니 무언가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친근함도 느껴졌다.
이렇게 시작되었다!
거의 2주일간 매일 아침, 저녁으로 카카오톡 연락과 함께 보이스톡 대화를 이어가며 급속도로 내가 빠져가는 걸 느꼈다. 하지만 항상 의심은 가지고 있었고, 직접 만나지 않는 한 100프로 믿지는 않을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사진을 이렇게 나에게 중간중간 보내기도 했다.
이 사진들이 AI가 만든게 아닌가하고 의심스러워 실제로 페이스톡도 하였고, 같은 얼굴임을 확인하였다.
밑에 사진이 그나마 더 비슷. (나름 집요했음)
나만 느꼈겠지만,,,
이것이 사랑인건가?
첫눈에 반한다는게 이건가?
매일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이 이건가?( 세뇌 중,,,)라는 생각이 들었고,
하루하루 행복함과 즐거움이 용소승을 쳤다. (사랑이 무지 고팠는가보다 나도.....)

그러다 갑자기 나를 보기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예약했다고 사진을 보내줬다.
이 의심스러운 티켓이 나의 감정을 중간에 움겨쥐고는, 더 이상 나아가지 말라고 붙잡고 있었다.
마이애미에 산다는 그가 LA공항에서 타는 것도 이상했고, 필리핀을 경유해서 29시간이 걸린다.(직항은 약 13시간 걸림)
그뿐아니라 요금도 직항보다 더 비쌌다.
이거에 대해 좀 따지니 내가 너를 보기위해 하나 남은 표를 바로 결재했고, 내 돈을 쓴 것이고,
내가 29시간 갈수 있다고 생각해서 가는 건데 왜 그러냐며 따지더라.... (맞는 말이긴하다)
그리고는 출발 당일,,, 공항가는 길, 공항 체크인 , 비행기 안을 모두 동영상으로 찍고는 실시간 나에게 보내주었고,
나는 그래도 10프로의 의심은 가지고 있긴 하였다 ( 비행기 티켓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나는 이 놈이 부탁한 이틀간 서울에서 잠시 머무를 호텔을 예약해 주었고 30만원을 결재했다.
필리핀에 도착했다며, 한국 시간으로 대략 새벽 6시경에 카톡을 받았다.
잠결이였지만 설레기도 했고, 행복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보이스톡, 페이스톡을 여러번 하고, 동영상도 찍어서 보내줬다.
그리고는,,,,
5분이 지나서 갑자기 공항 검색대에서 자기 가방을 뒤지고 있다고 흥분된 목소리로 보이스톡 전화와 문자가 왔다.
검색대에 끌려갔고, 사무실에 잡혀있고, 자기 짐들은 압수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가방안에 1천만원 이상의 현금다발을 들고와서 돈세탁 의심으로 잡혀있고, 벌금 350만원을 내야한다고 울며불며 (헐리우드 액션 급, 상대방도 멘탈나가게 할 정도) 도와달라 소리친다. 계속 350만원 계좌로 보내달라고 도와달라며 절규한다.
더 대박인 거는 페이스톡으로 주위에 필리핀 직원도 몇 초 보여줬고, 자기의 패닉상태도 보여줬다.
필리핀 직원과 이야기 해보라며, 자신은 영어발음을 이해 못하겠다묘,,,(미친...미국인이 이해못하는데 나를 바꿔줌 ㅋ)
보이스톡을 여러번 건네준다. 정말 필리핀 직원 목소리 같았다........ (머리 좋음)
하지만 나는 '올것이 왔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침착하게 대응했고, 패닉상태인 그 놈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 찰라의 몇 초의 순간에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연하게 들렸고,
필리핀 직원의 목소리가 좀 작으면서 기계음같다는 생각이 급 느껴졌다. (이 놈의 직감,,,ㅋ)
나는 그 놈에게 "필리핀 사람 목소리 녹음해서 전화기에 대고 들려주는 거지? 너 사기꾼이지!" 라고 말하자마자, 보이스톡을 끊고, 몇 초 뒤에 카톡 프로필 사진과 모든게 백지로 사라져 버렸다.......


주말 새벽 ,,, 30여분간,,,,
나는 지금 무얼하고 있었나?,,,,
꿈을 꾼건가?,,,,,
2주간 나는 누구와 대화를 주고받은건가?,,,,,
실존하지 않는 인물과 나는 90프로는 사랑에 빠져있었던건가?,,,,,,
이게 사기당한 느낌이구나!,,,,,,
취소할 수 없는 호텔 예약 2개는 어떻게하지?,,,,,,,,,,,,
.
.
.
.
잠시동안,,,,
나는 꿈 속을 헤매이는 느낌이였고, 소설 속 주인공이 강제로 된 느낌이였다....
곧장,,,, 편의점으로 가서 김밥, 라면, 초콜렛 그리고 커피한잔을 밖에 앉아 먹으며 바보처럼 웃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행이야,,,, 350만원 안 보내줘서,,,,
다행이야,,,, 호텔비 30만원+기타 경비 10만원만 날아가서,,,, (아직도 남아있는 카드 할부 3개월 값,,,,,)
,,,,,
그런데 내 마음은 누가 치료해 주지,,,,,
2주간 짧지만 강렬했고 사랑받았고 행복했고 그리워했던 내 감정들,,,,,
속이 녹아내린다,,,,,,,
.
.
.
시간은 또 흘러가겠지,,,,,
늘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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